키순라는 48개국에서 허가됐지만, 뜯어보면 나라마다 결론이 다릅니다. 어떤 나라는 "누구에게 쓸지"에 조건을 달았고, 어떤 나라는 허가해 놓고도 "나라가 돈을 내줄 수 없다"며 막아섰습니다. 미국·일본 외 주요국의 상황을 각국 규제기관과 현지 전문지 발표로 정리합니다.
영국 — 허가는 했지만, 나라가 돈을 안 낸다
영국은 키순라가 비용 문제로 막힌 대표적인 나라입니다. 의약품 비용효과를 심사하는 NICE(국립보건임상연구원)는 2025년 6월 세 번째 심사에서도 "진행을 46개월 늦추는 효과에 비해 비용이 너무 크다"며 국가보건서비스(NHS) 사용을 거부했습니다. NICE 계산으로는 통상 인정 기준의 56배에 달하는 비용이었습니다. (NICE 공식 발표, 파마슈티컬 저널)
그런데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습니다. 릴리 측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, NICE는 2026년 3월 재검토 절차를 다시 열었습니다. 항소심사단은 기존 심사가 가족 간병 부담(무급 간병 비용)과 간병인 삶의 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. (파마슈티컬 저널 — 재검토 개시) "약값 대 효과"만 보던 계산에 "가족의 부담"을 넣으라는 것 — 치매 치료제 평가의 기준 자체가 논쟁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.
호주 — 허가하되, 고위험 유전자형은 제외
호주 의약품청(TGA)은 2025년 5월 키순라를 허가하면서 ApoE4 유전자를 두 개 가진 사람(동형접합자)은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. 부작용(ARIA)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로, 유럽연합과 같은 조건입니다. (TGA 허가 정보, 릴리 발표)
정리하면 이렇게 갈립니다.
| 구분 | ApoE4 동형접합자 투약 |
|---|---|
| 미국 · 일본 · 중국 | 가능 (유전자형 무관) |
| 유럽연합 · 호주 | 제외 |
한국이 어느 쪽 기준을 따를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. 투약 전 유전자 검사가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.
중국 — 가장 공격적, 예방 실험까지
중국은 2024년 말 유전자형 제한 없이 키순라를 허가했고, 2026년 4월에는 아직 증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예방 임상까지 자국에서 시작했습니다(인지기능이 정상인 140명 등록). 치료를 넘어 발병 전 단계를 겨냥한 실험에 들어간 것입니다. (ALZFORUM — Kisunla 종합 페이지)
한국 대기자가 챙겨갈 것
세 나라의 이야기는 각각 한국의 미래에 대한 예고편입니다.
- 허가 ≠ 접근. 영국처럼 허가 후에도 "누가 돈을 내느냐"에서 막힐 수 있습니다. 일본 글에서 본 것처럼, 한국도 허가 이후 건강보험 급여 논의가 진짜 승부처가 됩니다.
- 조건이 갈릴 수 있다. 한국 허가 시 ApoE4 조건이 미국형일지 유럽형일지에 따라 투약 가능 범위가 달라집니다.
- 평가 기준 논쟁은 한국에도 온다. 가족 간병 부담을 약의 가치에 포함할 것인가 — 영국에서 벌어진 이 논쟁은 급여 심사를 앞둔 한국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큰 주제입니다.
국내 허가 진행 상황은 도입 현황에서 계속 기록합니다.